댓글 조직 문화

회사가 커지게 되면 당연히 회사내 여러 부서 또는 다른 부서에 있는 개발자들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이 쉽지 않다.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는 기업의 경쟁력 및 성장에 큰 장애로 발생하게 된다. 물론 직원이 수 명 ~ 수십명인 회사인 경우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대면을 통한 원시적인 방법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이 수백 ~ 수천명이상 커지게 되면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막히는 것은 동맥경화처럼 서서히 기업을 병들게 한 다음 어떤 이슈가 터지게 되었을 때는 치명적인 문제로 등장할 수도 있다. 필자는 사회학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이론적이고, 사회학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언젠가는 사회학 관련 전공에도 한번 공부해 보고 싶은 생각은 하고 있다.
다시 커뮤니케이션으로 돌아와서, 커뮤니케이션에는 직원↔직원, 관리자(경영진)↔직원, 회사↔직원 등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경로가 존재한다. 그리고 이런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사용하고 있다. 조직내 원할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물리적인 제도와 도구도 중요하지만 커뮤니케이션에 참여하는 구성원들간의 문화나 묵시적으로 형성되어 있는 룰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몸담았던 두 회사를 생각해보자. 두 회사는 천명 이상의 직원을 가지고 있는 큰 회사이다. 이 두 회사는 모두 회사↔직원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경로로 온라인 게시판과 온라인 설문조사를 활용하고 있다.게시판은 주로 회사→직원 용도로 많이 활용되고 있고 설문조사는 직원→회사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 물론 이외에 다양한 도구들이 존재하지만 온라인 게시판과 설문조사에서 보여 주는 두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성향에 대한 뚜렷한 차이를 볼 수 있다.

- 한 기업은 댓글 또는 게시글에 대해 아주 엄격한 제한 및 규정을 두고 있어 공지사항과 같은 글의 등록은 반드시 정해진 담당자의 승인에 의해 공지되고, 공지된 글에 대한 댓글 기능도 없다. 직원들이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는 자유게시판도 없다. 댓글을 달 수 있는 게시판은 회사에서 특정 주제에 대해 직원들의 의견을 받고 싶을 운영되는 제한된 게시판 뿐이다.

- 다른 또 하나의 기업은 대부분의 게시글에 대해서는 작성과 동시에 게시가 되고 모든 게시글에 대해서는 댓글쓰기 가능하고 자유로운 주제에 대해 직원들이 글을 쓸 수 있는 게시판을 제공한다.

기업의 규모, 기업의 업종 등이 틀려 단순한 비교는 어렵지만 댓글을 허용하는 것과 허용하지 않은 것, 게시글을 누구나 등록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에서 오는 차이로 인해 직원들이 회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의 자유로움을 느끼는 정도는 많은 차이가 난다고 생각한다.(이것은 물론 필자만 느끼고 있는 것일수도 있다.)
두 기업의 차이점을 보면 첫번째 기업에서는 직원들은 항상 기업에 무언가 요구하고 싶은 것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리고 직원들끼리 모여서 이야기 할때에도 그런 요구사항들이 이슈가 되고 이런 이슈들이 모여 불만사항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런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요구사항을 말할 수 채널이 별로 없다. 물론 회사에서는 다양한 경로로 채널을 만들어 놓았지만 회사의 공식 게시판에서 풍기고 있는 권위적이고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한 직원들은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말하는 것을 꺼려한다. 혹시나 자신에게 불이익이 오지 않을까 하는 불안함에...
두번째 기업에서는 나름대로 불만은 존재한다. 수천명이 일하는 회사에서 모든 직원들이 회사에 만족하고 있는 회사가 얼마나 될까? 하지만 이런 자신들의 불만이나 요구사항들의 많은 부분이 이런 공식적인 게시판에 나타나고 있다. 회사에서 어떤 정책을 공지하는 공지사항에도 글이 올라온다. 그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에 대한 격려의 글도 올라오고, 해당 정책에 대한 비판의 글도 올라온다. 심지어는 서비스하고 있는 시스템들의 버그나 장애에 대한 글도 자유게시판에 등록된다.
버그나 장애의 공개에 대한 내용도 두 조직이 게시글의 댓글 문화만큼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한 기업은 버그나 장애를 감출려고 노력한다. 물론 대외적으로는 회사의 이미지를 고려하여 의도적으로 감출려고 하는 것이 기업의 속성이다. 하지만 사내에서는 그것이 공개된들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버그나 장애가 공개되고 그것의 해결책이 공개되고 모든 사내 사람들이 공유하게 되면 다른 서비스에서 유사한 버그나 장애가 발생할 확률은 줄어들게 된다.

두 회사 모두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많이 받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첫번째 회사의 경우 이런 아이디어를 모으는 것 조차 할당 또는 강요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 회사의 경우 수시로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글이 올라온다. 이것은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자유로운 게시글 작성과 댓글이 보장되어 있는 문화와 보장되지 않은 문화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문화는 한마디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다. 특히 복잡한 이해 당사자가 있고 자신의 미래가 걸려 있고, 자신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급여를 받고 있는 회사에서의 문화는 정말로 복잡 다양하다. 그리고 문화는 한순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몇년에 걸쳐 만들어진다. 따라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주 작은 부분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몇년간 지속되어 조직내에서 아주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지게 되면 그것이 문화가 되는 것이다. 강압적이고 권위적인 게시글 문화도 아주 작은 부분인 것 같지만 이런 분의기가 수년간 지속되게 되면 이것을 느끼는 직원들의 마음속에는 회사로 향하는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닫고 좀 더 수동적으로 바뀌게 되고, 이런 상황이 좀 더 지속되면 이것이 자연스럽게 그 기업의 문화가 되어 버린다.
공무원, 교사의 수십만원 정도의 떡값은 사회적으로 관행이라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과 마찬가지고 잘못된 문화는 관행을 낳게되고 이것이 기업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자신이 지금 사내 게시판 관리자이거나 게시판의 정책을 결정하는 위치에 있다면 게시글에 댓글 기능이 있는지,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는지 한번 확인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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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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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List

  1. 비밀방문자 2006/09/07 15:58 # M/D Reply Permalink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2. 지나가다 2006/10/11 00:28 # M/D Reply Permalink

    흠...좋은글 잘 읽었어요..그런데 조금 독특하네요...
    물론 개발자 입장에서 충분히 가능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관리자 입장에 서고.. 자신이 그것을 맞이하게 된다면 절대 그렇지 않을꺼 같아요.
    관리자만 보던 뭘 보던 말이죠...
    누군가 그 댓글들을 정리해야 하고...그저 불평불만을 다 들어주고 정리하는데만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큰숲은 간데 없고 help desk만 생기게 되고 그거 해결한답시고.... 맨날 회의만 하게 되죠...
    말씀 하신거처럼 자연스럽게 하나씩 조금씩 익혀지고 받아 들여지는게 좋은거 아니겠습니까 ?
    제 생각이겠지만....

    자유 그거 좋지만 너무 자유는 싫습니다. 그져 혼란만 오는거 뿐이죠..정책이 있다면 지켜야 겠죠...
    그렇다고 제가 보수적인 사람은 아닙니다.

    좀더 체계적인 생각이 필요할것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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